일상다반사/나의 이야기

의식이 바뀌고...철이 든다는 것..ㅎㅎㅎ

aossaz 2012. 1. 29. 19:32

 

지난 금요일...

 

학교일 마치고...1시가 가까이 되어 집에 왔죠.

 

집에 들어가려고 키번호를 누르는데...안열립니다.

 

우리집 키가 번호키인데 조금 비뚫게 잠기면

 

안열려.... 키로 열어야 합니다.

 

그래서 키로 열려고 했는데...

 

아뿔사.......작업하다....학교 컴퓨터에 usb와 함께 꽂아 놓고 두고 왔네요...

 

예전에도 몇번 그런 일이 있었는데...그날도 그렇더군요.

 

 

일단 집전화벨도...핸드폰벨도...초인종도 눌렀지만...모두 소용이 없네요....

 

옛날 같으면.............스스로 열이 나서...

 

"이 놈의 여편네가... 돈버는 남편이 아직 안왔는데....곯아떨어져...도대체 나를 뭘로 보는거야..."

 

"옛날에...우리 어머니는 아버지가 오실때까지 기다리셨는데...도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거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핸드폰은 갖고 자라고 했더니....도대체 남편말을 뭘로 듣는거야..."

 

.........주로 이렇게...혼자 생각거리(페르조나...집단관념이죠...)하다가..............화는 더 붙고...

 

결국 문열려 들어가면.......... 아내에게..........버럭!!!

 

"핸드폰 꼭 놓고 자라고 했는데...도대체 어떻게 된거야...말 좀들어라...엉~..."식의 푸념과 원망

 

을 했죠...

 

 

 

그런데........이날...'조금 달라지더군요".........

(오면서 지하철 버스 안에서...'깨달음의 향기'를 읽어서인지..ㅎㅎㅎ)

 

"에구....아이들때문에...오늘 많이 피곤했다보다...........맞아 오늘 현서 예비소집일이었지..."

 

"...키를 연구실에 두고 온 내 잘못이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과거 제가 했던 생각이나 행동들이.... 떠오르더군요... 웃음도 나고...

 

그리고..........바로 옆집이 여동생 집인데... 동생 차키를 빌려...다녀올까... 하다가...

 

또 문득 드는 생각이..........."아까 준서(조카)가 아프다고 하니...번거롭게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혹시나 경비실로 갔는데............

 

(예전에는 주무셔도 깨웠죠..)...."어 주무시네... 겨우 잠드셨을텐데...나이드신 분이라...

 

깨우면... 다시 잠들기 힘드실텐데.... 깨우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모두를 이해하고 수용하고 내맡긴 느낌이었죠. "내가 모든 것을 지어낸........"

 

그렇게 비록 문이 안 열리기는 했지만..........그 상황은 그대로이고...

 

단지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그저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오히려 평화롭고.....기쁘기 까지 하더군요...

 

그래서................"그래..........다시 학교 다녀오지 뭐... 택시 대기시키고 왕복해야겠다..

 

지금은 우주가 그래야 할 때........ㅋㅋㅋㅋ"...

 

하며.....

 

택시를 잡아탔죠..

 

그런데.........

 

1분 되었을까?........................

 

핸드폰에...........아내의 얼굴이 뜨더군요....띠리링~................어찌나 반갑던지....^^

 

(그렇게 벨을 눌러도.... 모르고 깊게 자고 있던 아내가...제가...내려놓고..수용하고...가니...

 

깊은 잠에서 깨어...연락을 하네요.....^^) 

 

바로...택시를 돌려...........집에 들어왔습니다.

 

아내가....(아마 예전 버럭거리던....내 모습에 대한 기억때문이지...)

 

자책하듯...."여보...미안해... 내가 잠을 자느라...못들었네...오늘따라 핸드폰도..딴 방에 두고 잤네..."

 

하며 미안해 하더군요..

 

 

그래서 느낀 그대로...."아냐.........여보...잘 자고 있는 당신을 깨워서.. 미안해......

 

오늘도 아이들 보느라..많이 피곤했지.....^^

 

전화도 해봤는데... 안 일어나길래......많이 피곤해서 곯아떨어졌나 했어... 

 

어차피 키를 두고 온 내 실수지....

 

그래서 키를 가지러 학교로 출발하고 얼마 안 있다... 핸드폰에 당신 얼굴뜨는데..........

 

정말 천사가 구원하는 것 같았어...ㅎㅎㅎㅎㅎ........^^"

 

 

그때의 느낌은...서로 너무 좋았습니다.... 아내도...목소리 표정에서...

 

"어 저 인간이.........어~........의외다..."라는 느낌을 받았죠..ㅎㅎㅎ

 

그 다음에 자연스레 이어진 대화는...이 상황을 통해...

 

서로가 한층 더 가까와져...수용이 된 느낌이었죠.

 

 

사실 별 일 아니지만....이런 생각을 해보았죠...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대개 그 상황이..수용되지 못하면..........

 

그 상황이 반복되죠...수용될때까지...

 

예전에는 저항이었을겁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서로 탓하느라...

 

그 다음날 아침까지...기분이 언짢았죠..

 

 

그런데... 이 날은 조금 달라진 겁니다. 제가 그 상황을 수용하니...

 

저도..아내도...너무나 부드러워져 있는겁니다.

 

무언가가 또 하나 ..."텅~...하고 풀려나가는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몇년전..........처음으로...아내를 자성의 집에 데리고 갔을때...

 

아내가....선생님께...처음 건넨 말이.........."우리 남편 아직 멀었어요...아직도 팩~ 해요..." 했었는데..

 

작년 말에.........아내가 제게 그러더군요..."당신 참 많이 달라졌어... 팩하는 것도 없고........."

 

저와 가장 가까운...아내에게 이렇게 인정을 받으니..................참 기분이 좋더군요....^^

 

요즘은...때로..........이렇게 조금씩 변해가는...제 자신을 보며....

 

"아~...사는 맛이 이거구나"...하며 스스로에 대해.... 삶에 대해...세상에 대해....흐뭇해 합니다...

 

이렇게...저도

 

영혼의 계절이 바뀌고...철이 들어....과실이 천천히...익어가나 봅니다....ㅎㅎㅎㅎㅎㅎ

 

 

 

<60년만에 한번 핀다는... 대나무 꽃>